[고민.조언] [긴글] 5년, 12살차...

익명
2022-01-17

익명이니까 속 시원하게 적어볼게.

어디 퍼가지 말고 딱 여기서만 봐ㅠ


#1. 5년 전

열두살 연상 남자, 연하 여자.

만난 지는 5년.

그러니까 여자 고등학교 때 만남.

사귀자고 이름만 걸어놓고 성인 될 때까지 기다림.

학원에서 만난 거라 이상한 어플, 그런 것 절대 아님.

(전화 통화를 정해진 시간에 계속 걸어오고, 받아주다보니...)


여자는 어릴때 집안문제 등으로 마음이 불안정해서,

학교는 중퇴, 검정고시로 대학까지 가게 됨.

그동안 짜증과 우울이 반복되는 상황...

하지만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지켰음.

내가 일할 때는 직장 밑에 카페에서 수능 공부를 했고,

나는 새벽에 만나서 맥모닝 먹고 차 안에서 만나곤 했음.

밤을 새고 일한 적이 많았을 정도로 나름 순수하게 불탔음.

뭔가 이전 연애랑은 다르게 나 자신이 굉장히 열정적으로,

굉장히 헌신적으로 변한 것 같았음.

금전적 부분 말고는 부모님 조력을 받기 어려워서,

이것저것 알아봐주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들이 많았고

직업 특성상 오후 늦게 출근하는데,

독학학원에 아침 8시에 등원시키고 밤에 하원시키고,

주말에 수능 준비때문에 카페에 같이 있다가 출근하고...

아무튼 체력이 달려도 열심히 노력했음.

심리적으로 불안하지 않게,

최대한 연락 안 놓치고 최대한 함께 있으려 했음.

특히 차상위계층 신청하라고 얘기했더니,

대학 전형도 유리해져 재수하던 오빠는 좋은 대학에 합격함.

나중에 대학도, 공무원 시험도 이 전형으로 합격.


#2. 4년 전


그리고 대학에 입학하고,

지 친구들에게 연애중이라는 걸 밝히지 않는게

못내 섭섭했지만 갓 스무살에게 옭아매는 사람이 되긴 싫어

소개팅까지 허락해주기에 이름.


당연히 눈 맞아서 1차로 떠나감.

마음이 찢어졌지만, 내 욕심이었으려니 생각하고

연락 끊고 차분하게 기다림.

처음 남자 제대로 만난 걸텐데, 그럴 수도 있지.

금방 다시 연락오겠지 생각함.

나와 얘를 아는 후배가 한달 뒤 연락해보니 헤어짐.

그래서 다시 연락이 왔음. 받아줌.

우린 헤어진게 아니라 잠깐 바람쐬고 온 거라고 말해줌.

하지만 그간 외박에... 난리도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 뒤 멘붕.

나 같은 선비 입장에서 2주도 안 돼서... 아무튼.

그런데 전남친과 연락을 끝내지를 못하고 있었음.

데이트 겸 우리 아버지 산소 가는 길에 차에서 연락을 들키고,

화가 끝까지 나 표 끊어서 집으로 다시 보내버림.

그래놓고도 나는 전화해서 얘기 좀 해 보자고 하고...

결국 다시 만나 전남친 만나서 붙잡아보라고 함.

몸소 전남친 집까지 데리고 가서, 7시간을 기다림.

나는 근처 카페에 있다가 담요랑 따뜻한 거 갖다주고,

아무튼 그렇게 기다렸는데 결국 까임.


이후 매일 거의 24시간을 계속 함께 있었음.

아침 먹고 점심 먹고 나 일하는 동안 집에 가 있다가

밤늦게 다시 나와서 저녁 먹고 차에서 잘 때도 있고...

그렇게 한 두세달 정도 지난 뒤에야 조금 정신을 차림.


대학도 쫑났고, 다시 대학을 준비해야 할 상황이 됨.

심리적으로 조금 안정이 된 상황이라,

차근차근 공부에 대해 진학에 대해 가이드를 해 줌.

역시 뭐 등하원 보조부터

휴대폰 딱 확인해서 술 먹이는 못된 친구 모두 정리해버리고.

이래저래 잘 준비해서 수능 최저 딱 맞추고,

지방에 잘나가는 지거국에 추가로 합격함.


그런데,

실수로 예치금을 못 넣음.

추가는 그렇게 급하게 넣어야 하는지 몰랐음.


전화로 울고불고 나도 울고불고

대학에 다 전화해봐도 안 된다길래 일단 얘를 만남.

오열하다가 나랑 잠깐 얘기 후 괜찮아짐.

공무원으로 진로를 정함.

세상 누구에게도 바보같은 이 사건은 비밀로 하자.

어차피 공무원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멋지게 대학 포기하고 바로 준비하는 걸로 하자.

이렇게 합의를 봄.


#3. 3년 전


그렇게 진로를 정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무원 준비를 시작함.

편의점 두 개, 혹은 편의점 하나에 독서실 총무까지 했음.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함께 하자는 계획이었음.

진짜 마음이 잘 안 잡혀서 고생함.

중간중간 나한테 거짓말하고 남자, 여자 섞여서

(남자는 처음 보는 남자들) 술마시다가 들켜서

아예 연락 끊었더니 다음날 밤 직장 앞에서 기다리며 빌고,

연락이 안 되니 혹시 못 만날까봐

내 블로그에 댓글로 기다리겠다고 남기기까지 하고.

큰 잘못이지만 너무 귀엽고 예쁘고 진심이라 이해함.

몇 번 있었지만, 슬슬 정신차린 모습을 보여서 좋았음.

그래도 자기 알바한 돈으로 200만원 넘는 인강 끊고,

비싼 공무원 책도 착착 사고...

얘가 방황 끊고 진짜 멋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정말 너무너무 행복했음.

공무원 학원에도 있었었는데,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우리가 차라리 원룸을 하나 해서

공부하고 알아서 밥 챙겨먹고 하자고 얘기가 나옴.

원룸 보증금도 본인이 딱 챙겨서, 월세 반반 해서

둘이 데이트 비용 여기에 쏟아붓자고 합의함.

그렇게 올인하는 공부가 시작됨.

나는 내 원룸 냅두고 여기서 살기 시작,

이 녀석은 매일같이 출퇴근.

그렇게 하루 서너시간에 불과하던 공부 시간이,

점차 늘어 6, 7시간씩 찍기 시작함.

놀때는 내가 뭐라하고, 공부할 때는 내가 찍소리 못하고 있고

아무튼 꽁냥꽁냥 재미지게 있었음.

뭔가 멋진 사람이 되어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예뻤음.


#4. 2년 전


솔직히 합격할 줄 몰랐는데,

저소득층 끄트머리 등수로 공무원에 합격함.

스물 두 살 나이에 !!!

대학은 처음에 다니던 대학 휴학으로 돼 있어서,

공무원 합격 발표 전에 복학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복학하고 합격하고 자퇴까지 함.

모든 과정에 함께했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음.

그리고 바로 공무원 인턴을 시작함.

등수가 너무 뒤라 발령이 늦으니 인턴 여유롭게 함.

인턴 중 제일 어렸는데, 일머리는 제일 있는지

수동적인 사람들 데리고 일하면서 스트레스도 받고,

못된 다른 인턴 몇몇이 험한 소리도 하고 해서

퇴근 때 데리러 가면 만나자마자 우는 일이 잦아짐.

그리고 인턴 하는데가 집에서 너무 멀어서

공부방에서 같이 먹고 자며 출퇴근하게 됨. 나름 동거.

그 스트레스를 나한테 풀 때도 있고... 암튼 또 고생.


#5. 작년


그러다가 중간에 잠깐 같이 일하던 인턴 하나한테 꽂혔나봄.

마음이 싱숭생숭한지 나에게 헤어지자고 함.

나름대로 철벽치는 느낌은 알게 된 건지,

철벽치고 쳐냈는데 잠깐 만나볼까도 생각중이라 함.

한 2주 정도 붙잡고 말리다가 나도 그냥 헤어지자고 함.

그랬더니 갑자기 미안하다고, 미쳤었던 것 같다고

둘이 어디 다른 지방에서 결혼해서

공무원 그 지역으로 다시 치고 살면 어떻겠냐고 얘기함.

진심이 묻어나는 이야기에 눈물 흘리며

정신차리고 잘 지내자고 이야기 함.


인턴이 끝나고 한동안 공부방에서 먹고 자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냄.


그리고 10월이 되어 다시 인턴이 시작됨.

작년과 달리 인턴 생활이 괜찮아졌나봄.

아침마다 데려다주면서 신나게 생활하는게 눈에 보임.

교육공무원이라, 나 학원일 그만두고

임용 준비해서 같이 학교 일하면서 출퇴근하고

같이 만나면 좋지 않겠냐고 계속 졸라서

학원에 사람 구해지면 그만둔다고 말하고,

12년 일하던 학원 일을 그만두기로 마음먹고 준비함.

나도 내 꿈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너무 좋았음.

공부하라고 아이패드 프로까지 선물해주며,

인강비 반반 내자고 제안하기도 함. 물론 거절.ㅎㅎ


그런데 10월 말부터 자꾸 술약속을 가게 해달라고 조름.

술은 절대 안 된다고, 나랑 마시는 것 외에는 불가하다고 함.

아예 거짓말하고 나간 걸 내가 우연히 전화 걸었을 때 들킴.

이후 아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눈빛이 달라지며

무조건 술을 마셔야겠다며 미친듯이 술을 마시고 다님.

술을 먹는게 왜 문제냐 하겠지만,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들어온 적이 거의 없음.

전화, 카톡 모든 것이 불통이 됨.

사실 여태 일어났던 모든 문제가 술 때문이었기도 했고.


그리고 12월,

이 여자, 헤어지자고 함. 답답하다고 함.

나는 울며불며 매달림.

며칠을 달래봄.

혹시 남자 생겼냐고 추궁했더니 그렇다 함.

인턴임. 남자친구 있는 거 아는데도 들이댔고,

그걸 받아준 거임.

나도 미쳐버려 과거를 다 밝히겠다고 했는데,

그게 겁났는지 아예 인턴에게 다 말해버리고 떠나버림.

그렇게 끝남.


그리고 2주 뒤, 재난지원금 털어야 한다며 고기를 먹자고 함.

마지막으로 한 번 보고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나감.

다 먹고, 얘기를 하다보니 계속 연락하게 됨.

그래서 계속 연락을 이어가게 됨.


#6. 올해


중간중간 연락을 하다가, 발령이 나

짐들을 그쪽 자취방으로 다 갖다줌.


들어보니 새 남친은 백신 미접종이라,

모텔방을 잡고 술을 마신다고 함.

헤어진 그 날, 내가 출근하자마자 걔를 만나 사귀기로 함.

뭐 합방부터 난리부르스인가봄.

아주 비참했음.


그런데 자취방에 가 보니 이것저것 챙길게 많아서

같이 챙기고 종종 놀러가게 됨.

아니, 언제부턴가 매일 가게 됨.

밤에 퇴근해서 갔다가 아침 같이 먹고,

아침에 출근시키고, 나는 공부방으로 복귀.

남친은 금요일 밤에 와서 일요일 밤에 간다고 함.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밤까지 연락은 안 됨.


나는 기다릴테니,

남친이랑 헤어지면 와라.


처음에는 그렇게 말했다가,


중간중간 남친 옷이며 칫솔이며,

주말에 먹을 식량 주문해놓는 걸 보면서

그리고 내 흔적 남으면 안 된다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그만두려고 하면,

또 마음이 약해져 결국 붙어있게 됨.


정말 머리로는 내가 붙어있을 이유 없고,

헌신짝 된 거 다 알겠는데

혼자 있으면 정말 미쳐버리겠음.


이 남친을 좋아하는 건 너무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빨리 헤어지라,

찐사랑이 누구겠니.


애초 시작이 남친 있는 사람 꼬셔낸 건데,

걔 머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냐.

거기다 사귀자마자 함부로 여자 몸 건드리고,

공무원이 평일에 만나지도 않다가,

주말에 자취방에 눌러앉아 물고빨고 하는게

너 만만하게 보는 거 아니면 뭐겠나.

돈 30, 50만원 보내놓고 니가 밥 해다바치는데

걔가 한 잘 맞는 것 같다는 말이 기분좋게 들리냐.

잘 맞는게 아닐 이유가 없지 않냐.

다 제멋대론데 니가 다 받아주는데.


등등

별의별 소리를 해도 요지부동임.

그래놓고 본인은 갑으로 연애중이라고 함.

도대체 둘 관계는 어찌되는지 모르겠음.


어쨌든 결국 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됨.


스물 넷, 스물 여덟짜리 한참 애기들 연애질에

내가 끼어서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소중한 사람 꼬아낸 이 색기 죽이고 싶기도 하고,

오만가지 생각에 미쳐버릴 판임.



잊고 싶은데,

얘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만 같고

이걸 내가 떠나버리면,

나중에 정신차렸을 때 너무 많은 문제들이 남아있을 것 같음.


얘는 본래 이렇게 마음이 붕붕 뜨는 타이밍에는

아무 것도 생각 못하는데 지금 얘 상태가 딱 이럼.

공무원 되고서 독학사 준비해서 3단계는 몇 과목 합격했는데,

이 남자 만나고 나서부터는 퇴근 후 휴대폰만 붙잡고 있음.

연락만 하는게 아니라 그냥 유튜브 보면서 세월 보냄.


내가 옆에 평일에 그래도 연락하고 같이 있다보면

이제 금방 정신차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자꾸 듦.

헤어지라니까 딱 싫다고 말하던데...

나만큼 신뢰하냐니까 그건 잘 모르겠다고 함.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아도 참아야 할런지.

아님 인연이 아니라 믿고 딱 떨어져야 할지.

아님 재회하는 꿀팁처럼 연락 끊고 있어야 할지...


난 뭘 잘못한 건지,

정말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나는 그녀의 자취방에서 병신 인증을 상세히도 하고 있음.


나 연애도, 짝사랑도 나름대로 할만큼 했고

얘랑 연애 전까진 친구도 많고 여자인 사람친구도 많았는데,

친구도 다 떠나고 이제 세상에서 제일 병신같은 사람이 돼 있음.


누가 위로 좀 해 줬으면 좋겠음.

따끔한 말은 안 해도 이미 내 마음속에서

천번 만번 해서 마음이 너무 아픔.


오늘이 처음 만나기로 한 지 2000일 된 날임.ㅠ

도대체 5년 동안 나는 무슨 짓을 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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