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괴담] [공포소설] 목 잔여량

미스터리공포방장
2021-03-09


“아, 저사람인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목이 안잘렸다고 한 사람.”

“부럽다. 나도 목 안 잘리고 싶었는데......”

“저 아저씨 진짜 뭐 때문에 안 잘린거지?”



지겹다. 지겨워.



오늘도 그런 시선을 받는다. 이제 익숙해졌다고 생각을 했는데 어딜 가든

그런 따끔 어린 눈총을 받게 되면 나도 모르게 실소를 짓게 된다.


내 목이 안 잘린게 뭐가 어떻다고 시선을 둘러대는지를 모르겠다.

나라고 목이 안 잘리고 싶어서 안 잘린 것도 아니다.


따가운 눈총어린 시선에 헛기침을 하고는 인파를 비집고 간신히 지하철 의자에 앉은

내가 남들은 멜 수가 없는 넥타이를 고쳐 메고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본다.


양 옆에는 모가지가 날아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와 정장을 입은 남자가

가방을 무릎에 올리고 앉아있다. 표정 따윈 알 수 없지만 난 들 알바인가.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전 세계 사람들의 모가지가 날아갔다. 말복날 모가지 날아가는 닭 마냥,

그렇게 모가지가 날아갔다. 내 주변사람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친구. 가족. 심지어 부모님. 내 주변사람들은 하루아침 사이에 목이 없어졌다.



“아이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람!”

“여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아빠. 내 목이 어디 간거야?”



나에게 그렇게 물어본들, 나라고 알 도리 따윈 없고, 대답해줄 수도 없다.

그리고 그게 애초에 문제였으면 난 아무것도 안했다.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평소와 똑같이 세상을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왜 아들만 목이 남아있는거여?”

“왜 여보만 목이 있죠?”

“왜 아빠만 목이 있어?”

“왜 김계장만 목이 있나?”



문제는 내 목만 남았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것도 모든 생물을 통틀어. 그 결과로,

주변사람들은 내 목을 가지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끝도 없이 집요하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목이 남아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우리나라에 있다니 정말 자랑스럽네요.”



외국에서 취재도 왔다. 우리나라는 말할 것 도 없다. 회사를 퇴근하면 어디 대학 교수부터 시작해서

기자들, 심지어 나를 이용해 먹으려는 정치인들까지 집 문 앞에 줄을 서 있었다.


그들 대가리를 알 수는 없지만 가슴팍에 명함을 보고서 알아내는 거야 식은죽 먹기였다.

이제는 가슴팍에 명함 다는 것이 일상이다.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으니까.


그딴 무한한 관심에 지쳐버린 나는 직장까지 그만두어버렸다.

뭐, 어차피 ‘유일한 목 사나이’라는 타이틀로 방송 한번 출연하면 출연료는 짭짤하게 받고,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까지 하면 광고료는 어마무시했다.


언제부턴가, 내가 목이 있는 것이 특권이 되어버렸다.



돈.

명예.

매력.



그 모든 것들, 오로지 전 세계에서 나만 목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목이 없지만 나에게 아직까지 헌신적인 아내. 귀여운 토끼같은 자식들.

진정한 친구들. 그리고 나를 좋아해주는 팬들. 그들이 있기에 좋다고 생각이 든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을 해보자. 모든 것을 다 가지고서도 그 특권이라는 걸 나만 유지하고

그 누구도 아무도 가지지 못한다면? 게다가 전 세계 사람들이 그 특권을 가지지 못하여

단 하나 뿐인 특권을 가진 나 자신에게 질투심이 똘똘 뭉친 시선을 시도 때도 없이 날리고 있다면?


그거야 말로 끔찍한 게 없지 않나? 지하철에는 아직도 인파들이 가득하고 모가지가 없는 사람들이 가득 서있다.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서. 그리고 그들은 나를 향해 뜨거운 관심을 보낸다.



내 목이 이제는 지겹다.



사람이 제일 많이 지나가는 역에 내리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주변 사람들이 슬슬 나를 알아보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런 관심같은 건 목에서 손이 나올정도로 지겨워진다.



“어! 유목사(유일한 목 있는 사나이) 아저씨네!”

“어머어머. 진짜네. 진짜. 사인좀 받아야 겠다.”



여대생으로 보이는 여자가 주변에 왔을 때, 가방에 넣어놨던 전기톱을 꺼내서 재빨리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부아앙-거리며 초당 몇 천 번씩 회전하는 전기톱의 칼날에서 섬뜩함을 느꼈다.

주변 사람들은 상황 파악이 되질 않았는지 벙진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에라이 씨발! 좆같아서 목 자르지!”



노리쇠 부딪히는 소리 마냥 크게 외쳤다. 지하철 역내에 쩌렁쩌렁하게 내 목소리가 울렸다.

진짜로 평범해지고 싶었다. 그 누구보다도 평범해지고 싶었다. 관심 같은건 이제 과하다.

과하고도 넘쳐서 내 온 몸을 옭죄어왔었다. 이렇게 목을 자르면 남들과 평범해지지 않을까?



“꺄아아아악!”



붉디 붉은 석류빛 피가 내 목에서부터 뿜어져나와 옆에 있던 여대생의 어깨 죽지를 가득 적셨다.

지하철 역은 삽시간에 피바다가 되었다. 내 시야가 지나가는 인파와 달려가는 지하철 사이 어딘가쯤에 고정되었다.

내 목은 바닥에 떨어졌다. 다시 한 번 눈을 뜨니 시야가 정상적으로 고정되었다. 내 앞에는 내 머리가 있었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평범함에 다가갈 수 있다는 이런 마음이 이렇게나 소중할 줄은 몰랐었으니까.



마음 편해진 내가 가슴을 쓰다듬고 있을 즈음, 피칠갑된 바닥 사이로 인파들이 나에게 걸어왔다.

사람들은 팔짱을 껴고 불만이 있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고 있었다.



“아, 뭐야......, 목 왜 잘랐어요?”


“그러니까. 목 자르면 별 볼일 없는데.”


“국익을 해쳤어 아저씨! 아저씨는 국보라고. 국보. 전 세계에 유일하게 있는 머리인데......,

도대체 뭐 때문에 자른거야?


“여기 구급차 불러요! 빨리.”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모가지 잘린 덩치 큰 놈 두 명이 내 양 쪽 팔을 잡았다.



“아니, 뭐야 당신들. 내가 목을 자르겠다 말겠다. 그건 내 권리야. 씨발. 당신들 나한테 이럴 권리 없다고. 난 평범해지고 싶다니까?”


“아저씨 권리 따윈 알바 아니니까, 가만히 좀 있어요. 아 저기 아주머니! 그 목좀 들고 오세요! 빨랑!”


“아이고. 아이고. 이게 무슨 소란이야. 소란. 알겠으니 꽉 잡고 있으셔. 청년들.”



온 몸을 다해 저항했지만 덩치 큰 두 놈을 내가 힘으로 당해낼 도리도 없었다.

손 주름이 자글자글한 아줌마가 내 머리를 엄청나게 조심스레 들더니, 나에게 재빠르게 걸어왔다.

그러더니 내 목에 끼웠다. 살과 근육, 핏줄, 뼈가 마주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 시야가 다시 흑백으로 변했다가 컬러로 변해지기 시작했다.



“아이구, 이거. 병원가서 봉합좀 다시 해야겠어.”


“구급차는 불렀어요?”


“아, 불렀지. 이제 올거야. 올거.”



저 멀리 발자국 소리가 들리며 구급대원들이 나에게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 때, 문득 이런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다.



“이게 진짜 행복한 인생인가?”






-完. 


공포괴담,무서운이야기,공포실화,미스터리,호러,소설,도시괴담,2ch,스레딕,일본공포,기묘한이야기,이해하면무서운이야기,단편괴담,장편소설,단편소설,작가,소설작가,무서운이야기괴담,무서운이야기실화

💕 좋아요는 비회원도 참여 가능 💕

이모티콘 복사하기(누르면 보여요)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0 0

유머.이슈 보러가요

짤 저장소 놀러가요

사진방 놀러가요